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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성으로 얻은 지지율, 골프 한 방에 날린 민주당
[변상욱의 기자수첩] 극구 해명에도 깨진 신뢰 다시 회복하기 어려울 것
 
변상욱   기사입력  2009/01/13 [11:45]
민주당이 소속 의원들의 태국 부부동반 골프 회동으로 황망한 처지에 놓였다. 모처럼 지지율 20%대로 올라서며 한나라당과 한 자리수로 격차를 좁혔는데 한마디로 '줘도 못 먹는다'고 해야 할 판.
 
◈ 농성으로 얻어 골프 한 방에 날리고, 나이스 샷~!
 
입법 전쟁에서 승리했다는 자축 분위기가 당내에 번지면서 뭔가 좀 아슬아슬하다 싶더니 기어이 사고가 터져버린 셈. 정치 인생 뭐 있어 한 방에 가는 거지. 그냥 존재감 별로 없이 살던 옛날로 가야 할 판. 그 시절이 그렇게 그립나, 쯧쯧.
 
정세균 대표 왈 "조금 회복되던 지지율을 다 까먹게 생겼다" 말은 바로 하자. "분에 넘치게 엄청 회복된 지지율 다 까먹었다"
 

본인들은 돌아 와 열심히 해명을 한다. "오래 전에 했던 약속 미루다 미루다 주말 이용해 잠깐 다녀왔다", "경비는 각자 부담이고 비싼 호텔이 아닌 아는 사람이 경영하는 자그마한 숙소를 이용했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서 골프는 인화성 물질이다, 회기 중에 골프 쳐도 불이 붙고 해외 나가서 치면 폭발한다. 더구나 국회가 그 사단을 겪었으면 당연히 법안 처리 종료될 때까지는 자숙하고 전력을 다해야 마땅한데 얼마나 정치적 '감'이 떨어지면 그런 일을 벌이나 그래.
 
시장개방으로 절망하며 시위하는 농민들이, 차별에 항의농성하는 비정규 노동자들이, 방송법 개정이 민주주의를 망친다며 파업하는 방송노동자들이 주말되면 골프 치고 와 다시 시위, 농성하던가.
 
산으로 가던지 자전거를 타라. 산에 가면 나라 걱정 답답한 마음에 소리라도 질러 보려고 하나보다, 아니면 선방에 들어가 화두를 붙잡고 정국 해결의 깨달음을 갈구하나 보다 할 것 아닌가. 자전거 타면 민심 탐방이라고 하면 되는 것이고….
 
깨어진 신뢰는 다시 회복하기 어렵다.
 
'망치질이 힘들어서 피로를 씻으러 간 거냐' '이렇게 뒤통수치는 게 민주당 전략이냐' '한나라당 의원 머릿속엔 자나 깨나 삽자루, 민주당 의원 머릿속엔 자나 깨나 골프채?' '민생을 돌보라니까 잔디를 돌보고 있냐?'
 
◈ 국회의원 면책특권은 골프장 내에서만으로 바꿔
 
국회 회기 중 라운딩은 안 된다. 그만큼 국정 운영에 있어 국회 회기 중 처리되는 일들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이 회기 중에 죄를 지어도 잡혀가지 않는 면책특권은 그래서 주어진 것 아닌가.
 
골프, 좋은 운동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골프장은 결코 좋지만은 않은 곳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훌륭한 산과 들을 파괴하는 것. (특히 한국의 골프장 건설은 파괴가 심하다. 환경영향평가? 모르긴 몰라도 제대로 한 것보다는 엉터리로 한 것이 더 많을 것이다. 지난해 10월 로비에 의한 엉터리 환경영향평가로 치악산을 밀어버리고 골프장 짓는 게 나을 만큼 형편없는 산이라고 보고한 사건이 대표적).
 
대규모 골프장의 건설은 지역 사회와 지역의 문화가 유실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농약 사용문제도 여전하다. (지난해 경기도 보건환경연구원 실태조사 결과, 골프장 중 62%에서 농약 검출, 2006년 검출 골프장은 6% , 2007년 40% 였다) 좋은 풍광을 골프장으로 바꾼 뒤 상위계층만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은 결국 자연의 독점과 계층 양극화이기도 하다.
 
일본 역시 1980년대 중반 이후 리조트 붐이 일면서 골프장, 스키장 건설이 쓰나미처럼 일본열도를 덮었다. 이 리조트 붐이 거품 경제를 이끄는 큰 동력이 되었고 이후 부동산 거품 붕괴 쓰나미를 맞아 일본으로서도 경제를 되살리는 데 고생했던 것이다. 골프를 즐기는 것 좋다. 그러나 골프장에 대해서는 고민을 해야 할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그 고민은 정치인들이 해야 한다.
 
어쨌거나 문제의 핵심은 '회기 중 해외로 나가 골프를 칠만한 상황이었냐' 하는 문제. 그리고 더 걱정되는 것은 이제 민주당이 '민생 최우선', '민생입법' 하면서 여당과 법안심의에 나설 때 '무슨 얼굴로 민생 운운 하는 거야, 나가 있어!' 면박을 주면 힘 못쓰고 밀려나는 상황이다. 그리 될 경우 법안 심의며 정책 결정에서 서민 중산층의 민생은 과연 얼마나 반영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에휴, 삽자루에 골프채. 나이스 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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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9/01/13 [11:45]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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