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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사태, 언제까지 자원봉사자에 의지할 것인가
[논단] 청년실업도 엄청, 사회적 고용을 우리 사회의 상식으로 만들어야
 
하재근   기사입력  2007/12/18 [18:25]
태안 앞바다가 참혹하다. 티비 화면을 통해 전해지는 풍경은 참혹함 그 자체다. 전 국민이 비통해하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달려들고 있다.
 
여기서 드는 의문.
 
왜 자봉에만 의지해야 하지?
 
기름유출 사고는 백약이 무효라고 한다. 사람이 일일이 걷어내고 닦아내는 수밖에 없다고 한다. 지금 우리 바다가 죽어가고 있다. 거기에 생계를 댄 우리 국민들이 삶의 터전을 잃고 벼랑끝에서 밀려나고 있다. 그들에게 손을 내밀어 주는 사람들이 왜 자봉뿐이어야 하지?
 
우리 공동체가 거기에 돈을 지불하면 안 되나? 수많은 사람들이 돈을 받으면서 환경복구일을 직업으로 하면 안 되나?
 
▲태안 앞바다 기름유출 제거에 나선 여군들이 힘겨워 하고 있다.  정부나 사회는 일만 터지면 자원봉사자 동원할 생각말고 고용으로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한다.   ©당당뉴스
 
미국에서 엑손모빌이 비슷한 사고를 일으켰을 때 그들은 수 조 원에 달하는 배상금을 요구받았다고 한다. 우리나라 해당 회사는 지금 무얼 하고 있나? 왜 우리 국민들이 자봉으로 그 기름들을 다 걷어내야 하나?
 
우리나라는 지금 엄청난 저고용 경제구조로 가고 있다. 어떻게 할까? 몽땅 다 실업자로 만들까?
 
그건 말도 안 된다. 몽땅 다 실업자인 나라가 어떻게 무너지지 않는단 말인가. 그럼 어떻게 하지? 까짓거 몽땅 다 고용하나?
 
사람들을 고용하려면 산업이 살아야 한다. 산업이 일조일석에 살아나나? 게다가 산업이 살아나도 고용이 얼마나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왜냐하면 점점 더 고부가가치 경제구조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나 모아다 대량고용하는 식의 시스템은 이제 우리나라에선 퇴출되고 있다.
 
우린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1. 어차피 고용 힘든 거 떨려나는 사람을 몽땅 버린다.
2. 아니, 그 사람들까지 공동체가 책임진다.

 
당연히 2번이 우리가 선택할 길이다. 왜냐하면 1번을 선택할 경우 버려지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아 사회불안이 야기되고 급기야는 사회가 무너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떻게 책임지지?
 
각 기업들한테 고용량을 할당하나?
 
그럴 수도 있다. 이건 좀 힘든 싸움이다. 기업의 경영권에 개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여기선 일단 논의하지 않는다.
 
게다가 각 기업이 각각 보다 많이 고용한다 해도 수많은 한국인들을 다 고용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기업이 할 수 없다면 사회가 고용해야 한다. 사회가 고용해야 하는 이유는 기업고용에만 맡겨두고 사회가 나몰라라 하면 늘어나는 사회불안으로 인해 결국엔 사회 자체가 붕괴되기 때문이다. 고용문제는 사회의 사활을 건 사안이다. 사회는 고용에 책임이 있다.
 
사회가 고용한다는 것은 결국 국가가 고용한다는 것이다. 국가가 사람을 고용하기 시작하면 큰정부 작은정부 논란이 시작된다. 일이 커지고 시끄러워진다.
 
공공이 사람을 고용하긴 해야 하는데 당장 고용할 수 있는 모멘텀이 없다.
 
자, 태안 앞바다에 기름이 퍼졌다. 사람이 걷어내야 한다. 어떻게? 자봉으로?
태안 앞바다 기름 방제에서부터 사회적 고용을 실천하면 어떨까.
 
20대의 가장 큰 고통은 고용불안이다. 이들을 사회적 고용으로 흡수하면 우리나라의 근본적 문제 하나가 사라지는 것이다. 미국의 엑손모빌은 알라스카 기름유출로 수 조 원을 요구받았다. 우리나라는 왜 그런 게 안 되나? 해당 기업이 수 조 원을 내놓으면 그 돈으로 사람들을 고용해 기름을 없앨 수 있다. 고용문제도 해결되고 기름도 없애고 일석이조다.
 
그리고 이번 일을 기점으로 사회적 고용을 우리 사회의 돌이킬 수 없는 제도로 만드는 것이다. 해당 기업이 돈을 안 내놓더라도 국가가 결행해야 한다. 국가가 나설 때 큰정부 작은정부 논란이 일어날 수 있지만 태안 앞바다의 참상을 치유하겠다는데 그 누가 딴지를 걸겠는가. 모두가 동의할 수밖에 없는 사안에서부터 나라를 바꿔나가야 한다. 사회적 고용 확대 아니면 지금의 고용불안을 해결할 수 없는 지점에까지 우린 이미 와 있다.
 
해당 기업이(그 해당 기업이 삼성중공업이라는 설이 있다), 아무튼 해당 기업이 막대한 돈을 내놓을 경우 주가가 떨어질 수 있다. 이건 좋은 경우다. 주가가 떨어져도 그 기업의 펜더멘탈은 변하지 않는다. 일시적인 재정압박을 받을 뿐이다. 현금흐름이 나빠지면 당연히 주가가 떨어지는데 그때는 주식 매수 호기다. 이때 국민연금이 들어가 염가에 지분을 확보한다.
 
그 지분을 통해 기업경영에 공공성을 강제한다. 여기서 공공성이라 함은 투명성과 장기적인 투자 그리고 안정적인 고용을 보장하는 경영을 의미한다. 그리고 하청업체를 착취하지 않는 경영. 어차피 기업 펜더멘탈은 그대로이기 때문에 당장 주가가 떨어진다 해도 결국엔 주가가 오를 것이다. 국민연금이 여기에 들어가도 나중엔 수익률이 올라가게 된다.
 
즉, 사회적 고용, 공공적 책무를 방기하지 않는 경영, 더 나아가 국민연금 수익성까지 일석삼조가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주가 떨어지는 걸 무서워하지 말고 해당 기업을 더 압박해도 된다는 얘기다.
 
주가가 어떻고 저떻고 이전에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건 사회적 고용의 확대다. 사회적 고용 확대한다고 하면 빨갱이 논란이 벌어져서 국가가 속수무책이다. 태안에 사람들을 보내자. 자봉이 아니라 돈을 주자. 사람을 고용하자. 미국에서 불황기에 사람을 고용하는 정책을 펴서 자본주의의 황금기를 열었다. 우리는 일없이 이명박식으로 토목공사를 벌일 게 아니라 태안의 환경을 지키는 일에 사람들을 고용하자. 여기에 대놓고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이 기회를 이용해 사회적 고용을 우리 사회의 상식으로 만드는 것이다. 공동체에 문제가 생기면 그것을 자봉에 기댈 것이 아니라 사람을 고용해 해결하자. 고용당하는 사람도 살고 공동체도 산다. 그 재원으로 기업이 돈을 토해내도록 하면 분배문제도 일정 정도 해결된다.
 
태안에 사람을 보내자. 자봉주의 말고 자본주의 원리대로 돈을 주고 보내자. 일자리를 창출하자. 환경도 지키고 실업자 생존권도 지켜내자. 그렇게 고용된 실업자들이 경제적 소비에 나서면 우리 내수 경제도 살 것이다. 내수가 살면 중소기업이 산다. 중소기업이 살면 국민경제가 산다. 대기업 수출보다는 중소기업 활성화 여부가 민생경제에 직결된다는 것은 지난 10년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기름방제, 사회적 고용으로 해결하자.
* 필자는 문화평론가이며 <학벌없는사회> 사무처장을 역임했습니다. 블로그는 http://ooljiana.tistory.com, 저서에 [서울대학교 학생선발지침 - 자유화 파탄, 대학 평준화로 뒤집기]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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